'진통제' 아스피린, 심혈관질환 예방약 되기까지

입력 2021-10-15 16:45   수정 2021-10-25 16:26

아스피린은 인류와 가장 오랜 기간 함께 해온 의약품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아스피린이 태어난 해는 1897년입니다. 독일 바이엘이 124년 전 ‘세계 1호 합성의약품’으로 내놨죠. 하지만 아스피린이 우리 곁에 있었던 역사는 이보다 훨씬 깁니다. 인류가 아스피린에 함유된 살리실산을 진통해열제로 사용한 시점은 기원전 15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출발은 진통해열제였지만 요즘에는 심혈관질환 예방약으로 더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바이엘 아스피린의 매출만 봐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염진통제 용도로 사용하는 아스피린(500㎎)은 지난해 국내에서 15억원어치 정도 팔린 반면 심혈관질환 예방 용도로 나온 아스피린프로텍트(100㎎)는 10배 많은 171억원어치가 판매됐습니다. 이번주엔 아스피린의 ‘변신’ 이유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아스피린은 오랜 기간 검증을 거친 약이지만 실제 사용하는 데는 꽤나 제약이 있습니다. 우선 ‘라이증후군’ 위험 탓에 15세 미만 소아는 사용해선 안 됩니다. 소아에게 주로 발생하는 라이증후군은 뇌손상, 뇌병증과 함께 지방간 저혈당 등을 부릅니다. 사망률이 5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으로 분류됩니다. 독감은 수두와 증세가 비슷하기 때문에 15세 미만 소아가 열이 난다면 일단 아스피린을 멀리해야 합니다.

매일 석 잔 이상 술을 마시는 사람도 아스피린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아스피린은 위장 점막을 자극하는 부작용이 있는데, 여기에 술이 더해지면 위산 분비가 늘면서 위출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작용 등으로 인해 아스피린이 오랜 기간 갖고 있던 ‘진통소염제의 왕좌’는 이미 다른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로 넘겨줬습니다. 아스피린은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 중 위장관 출혈 위험이 가장 큰 약으로 꼽힙니다. 진통제로 아스피린을 권하는 약국이 많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진통소염제는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 나프록센 성분이 든 약이 좋다. 소염 작용이 없는 진통제로는 타이레놀 등 아세트아미노펜 제제가 낫다”(정은경 경희대 약대 교수)는 거죠.

반면 심혈관질환 예방용으로는 아스피린이 ‘원톱’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경쟁약에 비해 부작용이 확연히 적기 때문입니다. 저용량 아스피린이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기전은 이렇습니다. 염증이 생긴 곳에는 혈소판이 몰려듭니다. 이때 살리실산은 혈소판 응집을 촉진하는 지질인 트롬복세인을 억제하죠. 이렇게 혈소판 응집을 막아 혈전이 생기는 걸 예방하는 겁니다. 진통소염 기능은 버리고 혈소판 응집을 낮추는 효능만 챙긴 셈이죠.

저용량으로 내놓은 이유는 위장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여기에 특수 코팅을 입혀 위에서 작용하지 않고 장에서만 분해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심혈관계 예방약으로 부작용이 적다고 하지만, 통풍환자는 예외입니다. 진통소염제 용도로 쓰이는 고용량에선 요산을 낮춰 통풍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이지만, 저용량은 오히려 요산을 증가시켜 통풍 발생 위험을 1.8~1.9배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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